계단 오르기
프랑크푸르트에 리틀엔젤스 공연이 있어 다녀왔다.
징검다리 연휴인 오늘 남편이 출장을 떠났기에 지인과 힘께
공연장에 도착했다.
많은 독일인 들과 한국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명난 한바탕이 벌어졌다.
춤과 노래 실력이 대단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송과 독일 동요를 부르니
관중석이 들썩이며 너무 좋아라한다.
독일인들 눈에 낯선 한국 춤사위가 신기할뿐 이해하기는 좀 난해했는 데
귀여운 아이들이 자기네 말로 노래하니 분위기가 확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앵콜송을 요청할 때 부라보를 외치던가 기립박수를 치는 게 아니라
발을 마구 구르는 게 특이하고 신기했다.
공연 관람을 하고 나니 심란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좋았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고맙게 집 앞까지 바래다줘 무사히 도착하여 첫번째 문를 통과하고
두번 째 문을 향하는 데
관리인 아저씨가 내게 뭐라고 하는 데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 앞에 써붙여 진 글을 보고 난 짐작을 한다.
아니나다를까 고장이 나있다.
어찌어찌 주차장을 거쳐 건물 앞에 서서 비상계단을 찾아 오른다.
오늘따라 높지는 않지만 구두까지 신고 9층까지 오르는 데 힘이든다.
보통 때라면 집안에 있는 시간인지라 이 고생을 안 할텐데...
어제 새벽 갑자기 아이들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집을 팔겠다 한다고
연락받았느냐고 부동산에서 시차도 모르고 전화를 해 와 새벽 잠을 깼다.
그런데 저녁에 둘째아들에게서 다른 전갈이 왔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 금액을 보증금으로 하고
시세보다 2배의 월세로 올리겠다 한다고 해 기겁울 했다.
시세대로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 건 횡포라 싶었다.
입장은 다르지만 학생이 있어 전학이나 친구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화가났다.
2년 전 30평대 전세를 구할 수 없어
아이 둘이 40평대에 살아야만 했다. 엄마 짐까지..
그런데 이제 월세로까지 몰려야하는 건지?
다행히 같은 단지에 작은 평수 전세가 하나 출몰했다한다.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시세보다 더 높지만 전세로 해주면 살고
그렇지않으면 나가겠다고...
그랬더니 하는 말,
양심은 있는 지 월세 정상 가격을 들먹이며
이사 비용이나 중개료 생각하면 금액 조정해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그리고는 내일 다시 알아보고 전화해주겠단다.
전화비도 아까워 일부러 집으로 찾아 와 아이에게 인상 통보를 했다더니
당신 바뀐 전화 번호를 안 가르쳐줘 아이가 그 댁 앞까지 찾아가서 인터폰으로
알아온 집주인 전화 번호다.
같은 단지도 아니고 길 건너 사시면서...
멀리서 이 일을 어찌하나 걱정하며 밤 잠 설치고
새벽부터 일어나 한국 부동산 전화하느라 힘들었는 데
저녁까지 구두신고 계단 오르느라 애를 썼더니 힘이 빠진다.
그나저나 지금 바램은 이사하지않고 전세금만 올려주고 계속 살게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