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
날마다 집과 수영장만 왔다갔다 하다보니 답답하기도 해서
마음 먹고 시내로 쇼핑에 나섰다.
제일 필요한 건 인덕션에 맞는 작은 후라이 팬이다.
저 번에 하나를 샀는 데 집에 와서 보니 가스용이어서
고이 모셔놓고 있다.
또한 4개월이 됐는 데 머리 손질도 못하고 있어
미용실도 들리고 싶다.
어린이 용 그림책도 하나 사고 싶다.
그림을 보고 기본 단어를 익히고 싶어서다.
집이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가는 것은 힘들지 않으니
빤히 보이는 시내를 향해 걸어 나갔다.
마인강을 건너자 조금 헛갈리긴했지만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움직였더니
백화점과 쇼핑몰이 몰려있는 짜일거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남편과 함께 산책하러 한 번 들렀던 거리다.
오면서 한 가지 소득은 아시아마켓을 발견했다는 거다.
아시아마켓은 돌아가는 길에 들리기로 마음 먹고
먼저 전자상가에 들러 후라팬을 가벼운 걸로 착한 가격에 손에 넣었다.
이제 서점을 찾아야하는 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몇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단다. 결국에는 이 곳에는 서점이 없단다.
다행히 미용실은 쉽게 찾았는 데 아니 쉽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도무지 가격을 알 수가 없다.
아니 저 가격이 무얼 의미하는 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펌이 따로 있고 어느 정도 감은 잡힌다.
그런데 감으로 봐도 너무 비싼 것 같아
다음에 한인타운으로 가야겠다 생각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독일인 들과 우리 머리결이 달라
현지 미용실에서 커트나 펌을 하면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생각나서다.
커트는 포기하고 아시아마켓 근처에 도착했는 데
건너 편에 아까 봤던 구멍가게 보다
번듯한 마켓이 또 하나 있다. 얼마나 반가운 지!
그 곳에 들러 주섬주섬 담아 계산하고 나오면서 다시 보니
구멍가게 아시아마트 옆에
한국식품이라는 간판이 또 보인다.
너무 아쉬웠다. 진즉 봤으면 한국식품에서 사는 건데..
들어가보니 라면도 묶음으로 팔고 일본 식품 낫도도 있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마켓 보다 깨끗하고 진열이 잘 되어 있어 좋다.
또 다시 몇가지를 샀더니 꽤 무겁다.
일본에서 두 번이나 넘어져 어깨를 다쳐 무거운 걸 들으면 안 되는 데
또 욕심을 냈다.
버스를 타려고 둘러보는 데 어디서 타야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면서 집으로 가는 버스가 다리를 건너는 걸 봤는 데...
버스 정류장도 보이지않고...
할수없이 다시 걷는다.
다리만 건너가면 어디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지 안다고 자신이 있었기에.
마인강 다리는 무사히 건넜는 데 내가 생각했던 길이 나오지 않는다.
길치가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덕분에 큰 마트도 발견하고 도서관은 우연히 발견했지만.
도서관 단어가 영어 정육점과 비슷하여 속으로 웃는다.
내가 전혀 상상 못한 곳이 도서관이라니!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어 저녁 지을 걱정은 없으니
마음은 편하다.
단지 SOS는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혼자 찾아가야한다.
높은 지대에 있는 아파트만 보고 올라가는 데
어느 지점에서는 보이지않아 애가 탄다.
어찌어찌 아는 길이 나오고 집은 찾아왔지만
중간에 비까지 내려 우산까지 쓰고 애를 썼더니
다음 날 끝내 몸살이 나고 말았다.
남편이 내게 말한다.
다음에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 어디에서 타고 올라와야할 지
확인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