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썸머타임이 적용돼서 저녁 8 시가 넘어도 환한 요즘이다.
퇴근한 남편이 날씨도 좋으니 산책 다녀와 저녁을 먹자한다.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 알기에 그러자며 따라 나섰다.
기온이 떨어져 겨울 점퍼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주택가에서 조금 벗어나니 주말농장이 즐비하다.
그 곳에 한국인 어느 분이 정성들여 수리를 하고 있는 곳이 있단다.
무료한 분들이 와서 차도 마시고 놀다 갈 수 있도록
자비로 농장도 사고 고치고 있는 중이란다.
지목한 곳을 둘러보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카톡으로 길이름을 물어
드디어 찾았다.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한글로 푸한사쉼터 라는
푯말을 보니 무지 반가웠다.
차가 없으면 오기 힘둘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좋은 뜻으로 선한 일을 하신 그 분이 존경스럽다.
바람도 시원하고 각양각색의 꽃들도 구경하고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멀리 보이는 망루를 벌견했다.
올라가면 시내가 한눈에 보일 것 같은 데
문이 잠겨있어 오르지는 못했다.
집앞에 도착해
오늘 오픈한 마트에 들렀다.
마트가 가까이에 없어 늘 장보는 게 힘들었다.
드디어 대망의 날이 돌아온 것이다.
지난 가을에 오픈한다고 써있었는 데
많이 늦어진 오늘에야 드디어 문이 열렸다.
집은 살기에 편하고 맘에 들었지만 운전을 못한 난
시장 보는 게 늘 숙제였다.
그런데 이제 마트가 집 앞에 생겼으니 더할나위없이 좋다.
TEGUT 이라고 바이오 제품을 많이 취급한다는 마트다.
빵가게와 작은 카페가 딸린 크지도 작지도 않는 마트다.
윗 층에는 아파트먼트 호텔까지...
그래서 점심 때 들러 한차례 쇼핑
그리고 산책 다녀오면서 또 한차례 쇼핑.
이러다가 생활비 두 배로 들겠다며 웃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딸린 냉장고의 냉동 칸도 아주 작아
한번씩 쇼핑 다녀오면 한바탕 곤욕을 치루는 데
이젠 바로 바로 사서 먹을 수 있어 좋다..
너무 가까워진 마트가 실감이 나지않고 꿈만 같다.
한국처럼 배달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 이 곳에
1 년여를 살면서 많은 불편함을 겪었는 데
이제 그 불편함을 벗어날 수 있어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