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에서 에게해 바다 온천으로...( 그리스)
여행사 사무실에서 예약을 하고
혹시 화산섬에 갈때 준비할게 있냐고 물었다.
슬리퍼보다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게 좋을 거고
수영복을 준비할 때는 흰색은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그냥 편한 복장으로 오라고 했다.
그 이유가 뭐였는 지
바다 온천에 배가 정박했을때 이해가 갔다.
우리가 바다 온천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많은 배들이 도착해 정박해 있었고
무슨 이벤트장 같은 분위기 같았다.
배마다 갑판에 수영복을 입은 사람과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섞여있고
웃음 소리가 들리고 아수라장이다.
바다 끝을 보니 한 쪽 구석이 짙은 황토색이다.
철이 녹아든 온천물이 보인다.
일본에서는 금온천이라 하는데
일본보다 이 온천 색깔이 더 진해보인다.
흰 수영복을입으면 주홍색으로 변하기에
흰수영복은 피하라고 말했던 것 같다.
온천 할 사람은 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배에서 다이빙해서 바다로 뛰어내리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독려한다.
멘트가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남편도 수영복을 챙겨 자리를 떴다.
난 소지품을 지키느라 그대로 앉아있다가
남편이 궁금해진다.
옆에 앉아있던 중국 단체 여행객들은 무슨 일이냐며 어리둥절한다.
온천 하러 가는거라 했더니 아주 재미있어한다.
그들과 조금 친해졌기에 안심하고 남편이 어디 있나 살폈다.
혼자 수영해서 잘 가고 있기에 사진만 찍고 돌아와버렸다.
실은 남편은 수영을 잘하지는 못한다.
막상 바다로의 다이빙은 엄두가 안 나 망설였더니
간이 계단을 바다로 내려주더란다.
수영복까지 갈아입었는데 그만둘 수도 없고 (체면 때문에)
겨우 간이 사다리를 타고 바다로 내려가서
가까워보이는 뭍까지는 무사히 수영해서 갔다한다.
그 거리가 생각보다 상당히 멀어서 온천욕은 포기하고
다시 배로 돌아올려는데 중간까지 와서 힘이 부치길래
서볼려니 발이 땅에 닿지않자 갑자기 겁이 나더란다.
당황했기에 허우적거리며 물까지 마시고...
때 마침 우리 배 안내원이 눈치를 챈 것 같다.
우리 배 안내원이 급히 배 안에 묶여있는 튜브를 풀어 가는 걸 보긴했는데
그 튜브가 남편의 구명 튜브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배로 돌아왔을 때 힘이 없어하고 멀미를 하는 것 같아
수영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줄 알았다.
부두에 도착해 화장실로 급히 가더니 한참을 오지않는 거다.
수영 전 먹은 간식과 허우적거리며 마셔버린 바닷물을
다 거시기하고 나니 살 것 같더란다.
그 날 자기는 죽었다 다시 태어난거라며...
정말 혼난 것 같다.
내가 몰랐기에 다행이었다며...
요즘도 가끔 그 악몽같았던 사건을 떠올리면
몸서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