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마트에서 납작한 도넛츠 모양의 복숭아를 보고
웃음이 나와 혼났다.
누군가가 복숭아를 꾹 눌러놓은 것 같아
맛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한국처럼 백도나 황도처럼 잘 생긴 복숭아는 별로 없고
천도 복숭아 크기의 자잘한 복숭아가 많이 보인다.
복숭아 알러지가 있는 남편은 날더러 미개인 이라 한다.
털 붙은 과일을 먹는다고...
언젠가는 진짜인가 싶어 장난으로 복숭아를 살에 대기만 했는 데
두드러기로 고생한 걸 본 다음 남편 앞에서는 복숭아는 먹지않는다.
서울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때도 복숭아 한 박스 사서 김치 냉장고 한켠에 숨겨두고
남편 들어오기 전 셋이서 몰래 먹고 흔적을 없앤다.
저 번에도 작은 복숭아를 사서 혼자 잘 먹었는 데
이 번에는 같이 장을 보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
내가 장바구니에 몰래 넣어서 몰랐다가
계산대에서 보구서는 깜짝 놀란다.
무슨 괴물을 본 것 처럼...
하지만 먹을 때는 보이지않게 먹으니 묵인해준다.
젊어서 일주일 씩 예비군 동원 훈련이 있지않았는 가?
다녀오겠다고 나간 사람이 까만 비닐봉지 하나 들고 다시 들어온 게 아닌가?
고맙게도 자기는 보기도 싫어하는 복숭아를
자기 없을 때 실컷 먹으라며 봉지를 내민 적도 있다.
아이들과 난 너무 좋아하는 과일! 복숭아!
아무튼 남편은 복숭아 살구 자두 체리까지도 싫어한다.
이 곳에 체리는 값도 싸고 맛있는 데 그 또한 혼자 사서 먹고
말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거트에 들어있는 복숭아나 체리도 못먹으니..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황도 백도 통조림은 먹어도
두드러기도 나지않고 괜찮다.
그 것 만 해도 다행이다.
오늘도 납작한 복숭아를 혼자 몰래 먹는 나!
정말 난 미개인 인가? ㅎㅎ